아침 샤워파 vs 밤 샤워파, 미국인은 왜 아침에 씻을까 - Federal Way - 1

미국 와서 처음 회사 다닐 때 아침 8시 미팅에서 보니 옆자리 동료 (여자) 뒷 머리가 방금 샤워하고 출금해서인지 젖어있더군요.

속으로 좀 놀랐어요. 저 사람 늦잠 잤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그냥 평범한 출근 풍경이었습니다.

반대로 저는 한국에서 하던 대로 밤에 씻고 자는 사람이었어요. 하루 종일 묻은 먼지를 그대로 이불에 가져가는 게 영 찝찝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 사소한 차이를 한번 파보려고 해요. 아침 샤워파와 밤 샤워파, 미국에서는 실제로 어느 쪽이 많을까요?

2024년 The Harris Poll이 미국 성인 2,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아침에 샤워한다는 응답이 60%였습니다.

오후나 저녁은 33%였어요. 여러 시간대를 고를 수 있어서 합이 100%를 넘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도 아침이 압도적 1위인 건 분명하죠.

다만 조사마다 결과가 좀 달라요. Sleep Foundation이 2022년 9월에 성인 1,250명에게 물었을 때는 아침 41.8%, 저녁 38.4%로 차이가 훨씬 작았습니다.

질문 방식에 따라 이렇게 갈리니까, 미국인은 무조건 아침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럼 왜 아침일까요? 제가 동료들한테 직접 물어보면 대답이 거의 비슷했어요.

Wake up 하려고, 그리고 출근할 때 깔끔해 보이려고. 실제로 Sleep Foundation 조사에서도 아침에 씻는 사람의 80.9%가 잠을 깨는 효과를 이유로 들었어요.

커피 한 잔보다 뜨거운 물줄기가 더 확실하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미국 직장 문화에서는 첫인상과 냄새에 꽤 민감한 편이에요.

눌린 머리나 체취를 남한테 들키는 걸 한국 사람보다 더 신경 쓰는 느낌이랄까요.

역사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매일 샤워하는 습관이 널리 퍼진 건 생각보다 늦은 20세기 중반 무렵이라고 해요.

그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목욕하는 집이 많아서 Saturday night bath라는 말까지 있었대요.

일요일 예배 전에 씻는다는 의미로 많이 알려져 있죠.

그러다 집집마다 온수기와 실내 배관이 보급되고, 비누와 데오도란트 광고가 체취를 부끄러운 것으로 만들면서 매일 씻는 게 기본이 됐습니다.

여기에 서서 빨리 끝내는 샤워 방식이 합쳐지니, 바쁜 아침에 10분 투자해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 자리 잡은 거죠.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씻는 걸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의 저녁 목욕 문화는 잘 알려져 있고 오래 몸을 담그며 피로를 푸는 게 핵심이죠.

결국 미국은 남에게 보이는 나를 위해 아침에 씻고, 한국은 잠자리를 위해 밤에 씻는 셈이에요.

기준이 바깥이냐 안이냐의 차이랄까요.

재미있는 건 미국 안에서도 세대 차이가 크다는 점이에요.

해리스 폴에서 밤에 샤워한다는 비율이 Z세대는 50%였는데 베이비부머는 19%에 그쳤습니다.

밀레니얼은 40%, X세대는 31%였어요. 젊을수록 밤 샤워파가 확실히 늘어나는 모습이죠.

저는 요즘 절충형이에요. 밤에는 꼭 씻고 자고, 비 오는 날 아침 운동이라도 한 날은 출근 전에 한 번 더 가볍게 헹굽니다.

처음엔 젖은 머리로 출근하는 동료가 이상해 보였는데, 이제는 그것도 그 사람 나름의 하루 시작법이구나 싶어요. 문화 차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세요? 미국 와서 바뀐 분도 있고 끝까지 밤 샤워를 지키는 분도 있을 텐데, 저는 앞으로도 밤 샤워파로 남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