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 1,335원? 누가 웃고 누가 손해를 볼까 - Los Angeles - 1

오늘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다가 잠시 눈을 의심했습니다. 1달러에 1,335원이라니요.

얼마 전만 해도 1,500원을 넘었다며 한국 경제가 큰일 났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렇게 내려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저는 LA에 사는 44세 남자입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 환율은 뉴스에 나오는 경제지표이면서 동시에 생활과 연결되는 숫자입니다.

한국에 돈을 보내거나 한국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그렇고, 반대로 한국 돈을 미국 달러로 바꿀 때도 환율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1,500원에서 1,335원으로 내려가면 과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요?

우선 숫자부터 계산해 봤습니다.

1달러가 1,500원일 때 미국에서 1만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면 1,500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1,335원이라면 1,335만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1만 달러인데 무려 165만 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물론 실제 송금에는 수수료와 환전 마진이 붙지만, 환율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달러를 벌어 한국에 송금하는 사람에게는 환율 하락이 반갑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받는 월급은 똑같은데 한국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비나 생활비를 보내는 부모들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에 있는 자녀에게 1만 달러를 보내려면 예전에는 1,500만 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1,335만 원이면 됩니다. 그만큼 부담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미국 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들도 유리합니다. 호텔비, 렌터카, 식비처럼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원화 기준으로 저렴해집니다.

한국 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립니다

한국에서 원유나 천연가스, 각종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기업들은 원화 강세가 반갑습니다.

같은 100만 달러어치 물건을 수입하더라도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수입품 가격이나 생산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반대입니다.

미국에서 100만 달러를 벌었다고 가정하면 환율 1,500원에서는 15억 원이지만, 1,335원에서는 13억 3,500만 원입니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1억 6,500만 원이나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실제로 1억 6,500만 원의 손실을 봤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출액 감소와 실제 영업손실은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달러로 구매한다면 환율 하락으로 원가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제품 판매가격은 그대로인데 국내에서 지급하는 인건비와 생산비가 대부분 원화로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원화 강세가 모든 수출기업에 손해를 안기는 것은 아닙니다.

달러 매출과 달러 비용의 비중, 환헤지 여부, 해외 생산구조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달러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들에게도 환율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 가격이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투자금의 가치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 주식이나 부동산을 원화로 보유하고 있다면 원화 강세 덕분에 달러로 환산한 자산 가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환율 변화라도 어느 나라 돈으로 벌고, 어느 나라 돈으로 쓰고, 어떤 통화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결국 환율이 내려간 것은 좋은 일일까요?

개인적으로는 환율이 무조건 높거나 낮은 것보다 안정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 한국의 수입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빠르게 떨어지면 수출기업이나 달러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환율이 1,335원으로 내려왔다고 해서 미국산 제품이나 한국의 기름값이 바로 그만큼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의 재고, 계약 시점, 세금과 유통비용 등이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LA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환율이 참 묘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돈을 보낼 때는 달러가 비싸면 좋겠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가져올 때는 달러가 싸면 좋겠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환율이 1,500원을 넘었다고 모두가 손해를 본 것도 아니고, 1,335원으로 내려왔다고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165만 원의 절약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165만 원의 감소입니다.

환율이라는 숫자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