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한 여자가 시대 전체를 거슬러 올라가 여성들의 옷을 바꿔버린 그 집요한 투쟁이 먼저 생각난다. 오늘날 사람들이 "편한 옷이 당연한 권리"라고 느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 사회의 시선을 버텨가며 낡은 규칙을 부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샤넬이 만들어냈던 그 변화가 그녀가 활동했덩 당시에는 얼마나 큰 반항이었는지 느껴진다.

그녀는 1883년 프랑스 소뮈르에서 가난 속에 태어나 수녀원 고아원에서 성장했다. 어른이 된 그녀는 노래를 배우고 춤을 배우고 승마도 익히며 여러 남자들과 얽히고설키지만, 그 흔한 '남자에게 기대는 삶'을 끝까지 거부한 사람이었다.

그당시 상류층 여성이 남자에게 경제적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했지만, 샤넬은 그것을 "매춘과 같아 보인다"고 여겼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했다. 그런 태도는 고아원에서부터 홀로 버텨야 했던 과거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였든 그녀의 독립성은 결국 패션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는 에너지로 터져 나왔다.

샤넬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900~1910년대. 당시 여성복이라고 하면 숨이 막히는 코르셋, 과장된 장식, 몸을 구속하는 치마였다. 여성은 그 옷에 맞춰 움직여야 했고, 옷이 여성의 몸을 지배했다. 그런데 샤넬은 그 딱딱한 외형을 보며 강한 의문을 품었다. "왜 여자들은 이런 쓸모없는 옷을 입어야 하지?"

그녀가 승마를 하면서 치마를 입어야 했던 불편함은 이런 질문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당시 여성은 말을 탈 때 바지를 입을 수 없었는데, 샤넬은 스스로 바지를 입고 말을 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정신 이상자'라고 욕했지만, 샤넬은 오히려 그 시선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했다. 결국 남성 정장의 소재를 여성 옷에 적용한 '샤넬 수트'가 탄생했고, 해방이라는 단어가 여성의 옷에 처음으로 스며들었다.

1913년 그녀는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션은 더욱 실용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샤넬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었고, 1921년 파리 깡봉가에 샤넬 매장을 확장하며 향수 No.5를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향수는 '자연 향'이 중심이었는데, 샤넬은 인공향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렬하고 현대적인 향을 만들어냈다.

남성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문화적 영감을 흡수하던 그녀는 어느새 사교계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진주와 인조 보석을 섞어 가볍지만 스타일리시한 '코스튬 주얼리'를 만들어낸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그 전까지 여성들이 착용하는 보석은 남편이 사준 비싼 보석이거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샤넬은 그것을 패션의 한 부분으로 만들었다.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장신구,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타일.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엔 엄청난 혁신이었다.

그러나 샤넬의 삶은 화려한 성공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다가오자 그녀는 노동 분쟁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브랜드를 접고 은퇴를 선택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4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그녀의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악조건에 항의하자, 샤넬은 권리를 개선하지 않고 결국 공장을 폐쇄해 모두 해고했다.

또 조카를 구하기 위해 나치 고위층과 관계를 맺었다는 논란을 겪었고, 전쟁 후 프랑스의 비난을 받으며 사실상 추방되듯 스위스로 물러났다.

다만 이 과정에는 가족을 살리고자 했던 절박함도 섞여 있었다. 그녀가 평생 마음을 주었던 남자들이 잇따라 죽고 자신이 거둔 조카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샤넬의 인생은 화려한 성공과 끔찍한 고독이 끝없이 부딪히는 모순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후 패션계를 장악한 크리스티앙 디올의 화려한 드레스 스타일에 맞서, "여성을 다시 코르셋에 가두려 하는 시대"를 비판하며 1954년 패션계로 복귀했다.

프랑스 언론은 혹평했으나 미국은 그녀에게 열광했다. 헐리우드 스타들은 앞다투어 샤넬 수트를 입었고 트위드는 샤넬의 상징이 되었다. 노년의 샤넬은 다시 유행의 중심이 되었고 실용성과 우아함이라는 조합은 패션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샤넬의 옷은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여성의 일상과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 준 옷"이었다.

그 옷 덕분에 여성들은 직업을 갖고 자유롭게 걷고, 일하고, 여행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몸을 억지로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마릴린 먼로가 "나는 자러 갈 때 샤넬 No.5만 입는다"고 말한 순간도 한 여성의 해방이 향수를 통해 선언되는 장면이었다.

샤넬은 평생 사랑받고도 외로웠고, 대성공을 이루고도 미움받았다.

하지만 단 하나만은 분명히 남겼다. 여성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불편해야 한다'는 오랜 규칙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

지금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편안한 패션은 누군가 시대의 손가락질을 견디며 싸워 얻은 결과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샤넬의 삶은 단지 명품 브랜드의 히스토리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이 세상과 싸워 이긴 기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