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펄로 동물원 호박 트레일, 11월 1일까지 가을밤 산책 - Buffalo - 1

오늘 저녁도 어김없이 윙 한 바구니를 앞에 두고 하루를 정리하는 중이에요. 바삭한 껍질에 소스가 촉촉하게 스며든 그 첫 입이면 웬만한 피로는 다 풀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윙 말고도 저녁을 설레게 하는 게 하나 생겼어요. 바로 Buffalo Zoo의 Enchanted Pumpkin Trail이에요.

원래 이 동물원은 여름마다 Zoomagination이라는 랜턴 축제로 유명했잖아요. 커다란 동물 모양 등불이 밤을 밝히던 그 행사요.

그런데 올해는 그 축제가 취소됐어요. 랜턴을 만드는 파트너 업체 Tianyu Arts and Culture 장인들의 비자가 거절되면서 설치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동물원 측도 대안을 찾아봤지만 결국 방법이 없었다고 해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축제가 열리지 않는 해가 된 거죠.

솔직히 그 소식 듣고 좀 서운했어요. 여름밤에 윙 포장해서 들고 가 구경하던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대신 8월에 동물원이 새 행사를 발표했는데, 그게 바로 이 호박 트레일이에요. 9월 10일에 시작해서 11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에요.

폐장 후 어두워진 동물원 곳곳에 불 켜진 호박 수백 개가 놓인다는 설명이었어요. 사람 키만 한 잭오랜턴도 있다고 해서 내심 기대가 컸죠.

티켓은 13.95달러부터 19.95달러 사이로 나와 있어요. 가격 구간이 나뉘어 있으니 가기 전에 동물원 홈페이지에서 내 경우에 맞는 금액을 확인하는 게 좋아요.

제가 재밌다고 느낀 건 날마다 테마가 바뀐다는 점이에요. 사파리 같은 테마가 붙는 날이 있어서, 같은 길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요.

그리고 일부 동물 전시관도 행사 시간에 문을 연다고 해요. 낮에만 보던 동물들을 해 진 뒤에 만나는 건 또 다른 경험이더라고요.

Delaware Park 옆 동물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요. 10월 중순 저녁이라 바람이 꽤 쌀쌀해서 목도리를 챙기길 잘했다 싶었어요.

길을 따라 주황색 불빛이 점점이 이어지는데, 그게 꼭 갓 튀겨낸 윙 색깔 같았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저는 정말 어쩔 수 없나 봐요.

호박마다 표정이 다 달라서 걸음이 자꾸 느려져요. 웃는 얼굴, 놀란 얼굴, 이빨 드러낸 무서운 얼굴까지 하나하나 사진 찍느라 바빴어요.

아이들은 호박 앞에서 포즈 잡느라 정신없고, 커플들은 조용히 손잡고 걷더라고요. 유모차 끌고 온 가족도 많아서 길이 생각보다 북적였어요.

산책 코스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도 부담이 없어요. 다만 밤길이라 바닥이 잘 안 보이는 구간이 있으니 편한 신발이 필수예요.

중간중간 쉬어 갈 벤치도 있어서 따뜻한 음료 한 잔 들고 앉아 있기 좋았어요. 불빛 속에서 잠깐 멍하니 있는 시간이 의외로 이 산책의 하이라이트였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녁 시간대 주차예요. 주말에는 공원 주변 길가 자리가 금방 차서 조금 일찍 도착하는 걸 추천해요.

운영 시간은 날짜마다 다를 수 있어서 저는 미리 홈페이지를 보고 갔어요. 행사 시간이나 테마 날짜는 꼭 직접 확인하고 가세요.

아이 있는 집이라면 10월 하순에 열리는 Boo at the Buffalo Zoo도 같이 알아볼 만해요. 일부 안내에는 10월 23일과 24일 오후 4시 30분부터 8시까지로 나와 있는데, 공식 일정은 동물원에 다시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트레일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배가 슬슬 고파지더라고요. 찬 바람 맞으며 걸었더니 뜨끈하고 바삭한 게 간절해졌어요.

윙의 매력은 결국 바삭함과 소스의 균형이에요. 겉은 과자처럼 부서지고 속은 촉촉해야 하고, 소스는 너무 묽지도 되직하지도 않아야 하죠.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단골 가게에 들러 윙을 포장했어요. 미디엄 핫에 블루치즈 소스, 셀러리 몇 줄기까지 완벽한 구성이었죠.

호박 불빛을 보고 와서 먹는 윙은 이상하게 더 맛있어요. 눈으로 가을을 채우고 입으로 행복을 채우는 느낌이랄까요.

생각해 보면 행복이라는 게 거창하지 않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쌀쌀한 밤길을 걷고, 따끈한 치킨 한 조각으로 마무리하면 그걸로 충분해요.

랜턴 축제가 취소된 건 여전히 아쉽지만, 덕분에 새로운 가을 행사가 생긴 셈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둘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11월 1일이 마지막 날이니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다녀오는 걸 추천해요.

갈 때는 따뜻한 겉옷, 편한 신발, 충전된 휴대폰만 챙기면 돼요. 사진을 정말 많이 찍게 되거든요.

그리고 다녀온 뒤에는 꼭 윙 한 바구니로 마무리해 보세요. 가을밤 산책의 완성은 역시 바삭한 치킨이라는 게 제 결론이에요.

오늘도 윙 덕분에 웃으며 하루를 닫아요. 여러분의 가을밤에도 호박 불빛만큼 따뜻한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