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말 오후, 하버드 스타디움 쪽을 지나가다가 진짜 웃긴 장면을 봤어요. 경기 시작이 한참 남았는데 주차장에서 벌써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더라고요.
트럭 뒷문을 내려 테이블로 쓰고, 그 위에 소시지랑 칠리 냄비가 줄지어 있었어요. 경기장 안은 조용한데 주차장만 축제였습니다.
궁금해서 못 참았죠. 도대체 미국 사람들은 언제부터 주차장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 걸까요?
찾아보니 이게 생각보다 족보가 복잡합니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곳이 여러 군데라서, 다 듣고 나면 약간 동네 맛집 원조 싸움 같은 느낌이 나요.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는 1869년 11월 뉴저지 뉴브런즈윅에서 열린 럿거스와 프린스턴의 경기입니다. 흔히 미국 최초의 대학 풋볼 경기로 불리는 그 시합이죠.
그날 팬들이 마차를 타고 와서 말 꼬리 쪽에서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걸 뒷받침하는 확실한 기록은 없다고 해요.
더 거슬러 올라가는 버전도 있어요. 1861년 7월 남북전쟁 첫 대규모 전투였던 제1차 불런 전투 때 워싱턴 주민들이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마차를 타고 구경을 갔다는 겁니다.
전쟁을 소풍 가듯 보러 갔다니, 이건 웃기다기보다 좀 씁쓸하죠.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이건 "아이디어는 맞는데 장소가 틀린"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우보이 쪽 계보도 있습니다. 1866년 텍사스 목장주 찰스 굿나이트가 군용 마차를 개조해 만든 척왜건이 그 조상이라는 설이에요.
척왜건 뒤쪽에 달린 경첩 판을 내리면 그대로 조리대가 됐다고 하니, 지금 픽업트럭 뒷문을 내리는 동작이랑 정말 똑같네요. 이 설이 제일 그럴듯하게 들렸어요.
사실 단어 자체가 그렇습니다. 테일게이트는 원래 짐마차나 농장 마차 뒤에 달린 여닫는 판을 부르던 말이었어요.
이 판이 나중에 스테이션 왜건과 픽업트럭으로 넘어가면서, 차 뒷문 앞에서 벌이는 파티라는 뜻이 붙게 된 거죠.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tailgate party"라는 표현이 처음 쓰인 시기를 1950년대로 잡고 있습니다.
그린베이 패커스 팬들이 1919년에 이 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죠. 그런데 패커스 구단 역사가조차 그걸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해요.
그분 말이 압권이었어요. 우리가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잘하는 건 우리라는 식이었거든요. 이 정도 자신감이면 원조 논쟁은 그냥 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이 동네는 어떨까요? 예일 쪽에서는 1904년 무렵 하버드와의 경기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정작 예일 쪽 역사 담당자도 정확한 시작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대요. 사람들이 경기에 먹을 걸 싸 들고 온 건 훨씬 전부터였으니까요.
그래도 하나는 분명합니다. 1903년에 문을 연 하버드 스타디움은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초창기 대형 경기장이었고, 그 앞마당은 백 년 넘게 소풍 장소였다는 거죠.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판이 확 커졌을 거예요. 마차 시절엔 바구니였다면, 차 트렁크엔 그릴과 아이스박스와 접이식 의자까지 다 들어가니까요.
제가 보기에 테일게이트의 핵심은 사실 음식이 아니에요. 경기장 안에서는 좌석 번호대로 앉아야 하지만, 주차장에서는 아무 차 옆에나 가서 말을 걸 수 있거든요.
그날도 모르는 아저씨가 제 손에 핫도그를 쥐여주면서 어느 팀 응원하냐고 묻더라고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맥주를 권하는 걸 보고 그냥 웃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야구장 앞 치킨 줄과 고속도로 휴게소 감성을 섞어놓은 느낌이랄까요. 다만 규모가 훨씬 크고, 각자 자기 부엌을 통째로 들고 온다는 게 다르죠.
물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술이 과해지는 문제 때문에 학교마다 테일게이트 시간과 장소를 꽤 엄격하게 관리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실 분들은 그 학교나 구장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차장 개방 시간과 음주 규정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아요. 이건 생각보다 학교마다 많이 다릅니다.
올해는 특히 재밌는 일정이 하나 있어요. 하버드와 예일의 142번째 맞대결인 더 게임이 11월 21일 토요일에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답니다.
야구장에서 풋볼이라니, 주차장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보스턴 한복판이라 이번엔 차 뒷문 대신 근처 펍이 테일게이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집니다.
정리하면 테일게이트의 원조는 누구도 확실히 모릅니다. 마차 꼬리, 척왜건, 스테이션 왜건이 차례로 바통을 넘겨준 결과라고 보는 게 제일 정직한 답 같아요.
저는 원조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쪽입니다. 경기 스코어는 다음 날이면 잊어버려도, 주차장에서 얻어먹은 칠리 맛은 꽤 오래 남거든요.
달달한 핫소스 한 병 챙겨서 저도 올해는 남의 트렁크 앞에 슬쩍 껴볼 생각입니다. 경기는 지더라도 주차장에서는 이기고 오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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