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스다코타, 파고에 산다고 하면 "거기 겨울에 눈 얼마나 와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파고는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 많이 오는 곳'으로 꽤 유명합니다.
시카고, 미니애폴리스보다 더 북쪽이고 캐나다 국경과 가깝다 보니 겨울 얘기만 나오면 늘 눈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파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대학, 기업, 강, 역사 이런 건 잘 모르는데 눈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고 산다고 하면 동네 이름보다 눈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파고의 연평균 눈오는게 대략 120~130인치 정도니까 3미터가 넘습니다.
이 정도면 '눈이 좀 온다' 수준이 아니라 겨울 내내 눈과 같이 산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한 번 내릴 때 끝나는 게 아니라, 11월부터 4월까지 거의 반년 동안 눈이 쌓였다 녹았다를 반복합니다.
눈이 오는 양도 양이지만 파고 겨울의 진짜 특징은 지속력입니다. 동부나 서부처럼 한두 번 폭설 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생활 자체가 눈 위에서 돌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 앞 눈부터 치우고 출근합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다시 눈을 치웁니다. 눈 치우는 장비가 없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삽, 제설기, 염화칼슘은 파고 가정의 기본 생필품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꼭 묻습니다. "그럼 차는 어떻게 몰고 다녀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그냥 몰고 다닙니다. 눈길 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생활입니다. 파고 사람들은 눈길에서 급브레이크 밟지 않고, 코너에서 속도 줄이는 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사계절 타이어만 끼우면 불안해하고, 윈터타이어는 거의 필수 옵션처럼 여깁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오다 보니 겨울 풍경도 독특합니다. 도로 양쪽에 눈이 산처럼 쌓이고, 주차장은 하얀 벽으로 둘러싸입니다. 집 앞에 쌓인 눈은 키보다 높아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고 산다고 하면 겨울에 눈 얼마나 오냐고 묻는 게 어쩌면 당연한 질문입니다. 파고를 모르는 사람도 눈 얘기만큼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 질문에는 '거기 살기 힘들지 않아요?'라는 의미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힘든데, 익숙해지면 그냥 그렇습니다." 파고의 겨울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위에 삶이 만들어집니다.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삶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학교도 웬만하면 안 쉬고, 회사도 거의 정상 운영입니다. 폭설로 도시 전체가 멈추는 날은 1년에 손에 꼽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눈을 전제로 일정을 짭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묻는 "겨울에 눈 얼마나 와요?"라는 질문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거기서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입니다. 파고 사람들은 눈과 싸우지 않습니다. 눈을 피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눈 위에서 살아갑니다. 어느 순간부터 눈은 풍경이 아니라 배경이 됩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나면 사람들 반응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와, 나는 절대 못 살겠다"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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