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추세츠(Massachusetts)는 작지만 존재감 강한 주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지도를 펼쳐보면 동쪽으로 대서양에 갈고리처럼 휘어진 Cape Cod이 톡 튀어나와 있고, 그 아래에는 Martha's Vineyard와 Nantucket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여름휴가 느낌이 나는 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뉴햄프셔와 버몬트, 남쪽으로는 로드아일랜드와 코네티컷, 서쪽으로는 뉴욕주와 닿아 있으니 딱 미국 동북부의 교차점 같은 위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주의 인구 70%가량인 450만 명이 보스턴 광역권에 몰려 산다는 점이다. 이 보스턴 메트로 지역은 미국 10대 대도시권 중 하나로, 그만큼 일자리, 교육, 문화, 모든 게 다 몰려 있다. 보스턴이야말로 '미국식 도시 지성'의 상징 같은 곳인데, 하버드, MIT, 보스턴 칼리지 같은 학교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날씨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메사추세츠의 겨울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내륙은 냉대 습윤 기후라 눈이 펑펑 쏟아지고, 해안가의 보스턴도 온난 습윤 혹은 서안 해양성 기후지만 겨울에는 바람이 살을 파고든다. 2014~2015년 겨울엔 무려 2.6미터나 눈이 내려서, 지하철이 멈추고 도시는 완전히 마비되었다고 한다.

제설차는 강원도 수준으로 돌아다니지만, 워낙 눈이 몰아치니 그야말로 '화이트 헬게이트'가 열리는 셈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눈 내린 보스턴 커먼 공원이나 찰스강 위의 스노우뷰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반대로 여름은 상대적으로 덜 덥고, 습하지만 하와이나 남부보다는 훨씬 살 만하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모두가 해안가로 몰려나가 피서 아닌 '해수욕 인생'을 즐긴다. 코드곶의 하얀 등대와 파란 바다, 그리고 구운 조개와 버터 옥수수의 조합은 정말 메사추세츠 여름의 낭만 그 자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자부심이 강하다. 미국 독립혁명의 불씨가 바로 이곳 보스턴에서 피어올랐으니까.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 교과서에서 본 바로 그 혁명 이야기의 현장이 바로 이 동네다. 그래서인지 메사추세츠 사람들은 '우리가 미국의 시작점'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실제로 미국 헌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주 중 하나이자, 교육과 법 제도의 모범 주로도 평가받는다. 또, 이곳은 '양반 기질'이 있는 주라고 해야 할까. 진보적이지만 품격 있는 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립대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 주립대(UMass), 그리고 자유로운 학문 분위기를 자랑하는 하버드와 MIT가 이곳에 있다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역사와 교육, 그리고 혁신이 교차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여행자로서 메사추세츠를 방문하면 보스턴의 브리티시풍 건축, 케임브리지의 대학가 분위기, 그리고 케이프 코드의 고요한 어촌 마을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겨울의 보스턴은 클래식 음악이 어울리고, 여름의 낸터켓은 샌들과 아이스크림이 어울린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폭발적으로 물들어 '뉴잉글랜드의 색감'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다. 짧게 요약하자면 메사추세츠는 역사적으로는 미국의 시작점, 문화적으로는 지성의 중심, 여행지로는 사계절이 다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다.

겨울에는 눈 덮인 도시의 낭만, 봄에는 벚꽃과 대학 캠퍼스의 활기, 여름엔 대서양 바다의 청량함, 가을엔 단풍이 만든 예술 같은 풍경. 그야말로 사계절이 명확한 '미국의 작은 유럽'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일까, 많은 미국인들이 인생의 어느 시점엔 꼭 한 번쯤 '보스턴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