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도 회사 것? 고용계약서 IP 조항 함정 - Columbia - 1

얼마 전 아는 후배가 저녁 자리에서 조용히 휴대폰을 내밀었습니다. 주말마다 만든 작은 앱이 반응이 좋아서 유료로 내볼까 하는데, 회사 계약서에 걸리는 게 없냐는 질문이었죠.

같이 입사 서류를 열어봤습니다. 거기엔 "Invention Assignment"라는 제목의 몇 쪽짜리 부속 계약서가 붙어 있었습니다.

문장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재직 중에 구상하거나 만든 발명과 저작물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식이었는데, 근무 시간이라는 단서가 어디에도 없더군요.

후배 얼굴이 굳는 게 보였습니다. 사실 미국 직장인 상당수가 이 서류에 서명하고도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우선 기본 원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저작권법에는 work made for hir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직원이 업무 범위 안에서 만든 저작물은 처음부터 회사가 저작자로 취급됩니다. 코드, 디자인, 글이 모두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업무 범위 밖의 결과물입니다. 법의 기본값만 보면 개인 것이지만, 계약서로 그 범위를 넓혀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일부 주는 아예 법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캘리포니아 노동법 2870조입니다.

이 조항은 직원이 전적으로 자기 시간에, 회사 장비나 시설, 영업비밀을 쓰지 않고 만든 발명은 양도 대상에서 빼라고 정해 둡니다. 단, 회사 사업이나 실제로 예정된 연구개발과 관련 있거나 업무 결과물이면 예외입니다.

비슷한 법을 가진 주는 델라웨어, 일리노이, 캔자스, 미네소타,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유타, 워싱턴입니다. 뉴욕도 2023년 9월 15일 주지사 서명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캔자스, 미네소타, 워싱턴은 회사가 직원에게 이 권리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무까지 붙여 놨습니다. 계약서 뒤쪽에 법 조문이 통째로 붙어 있는 경우가 그래서 생깁니다.

그럼 메릴랜드는 어떨까요. 아쉽게도 메릴랜드는 이런 별도 법이 없는 주로 분류됩니다.

2020년 회기에 자기 시간에 만든 지식재산의 양도 조항을 무효로 하자는 하원 법안 HB 1466이 발의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청문회 이후 법으로 확정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국 메릴랜드에서는 계약서 문구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주법이 대신 막아주지 않으니, 서명한 문장이 그대로 힘을 갖기 쉽습니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꽤 오래된 싸움입니다. 고용주가 직원의 발명을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는 문제는 산업화 시대부터 법정에서 계속 다퉈져 왔으니까요.

그 결과 판례로 굳은 개념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발명하라고 고용된 사람의 발명은 회사 것이라는 hired to invent 원칙입니다.

다른 하나는 shop right입니다. 직원이 회사 시간이나 장비로 만든 발명이면 소유권은 직원에게 남아도 회사가 무상으로 쓸 권리를 갖는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니 실무에서 체크할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언제 만들었나, 무엇으로 만들었나, 회사 사업과 겹치나.

시간 문제부터 볼까요. 점심시간에 회사 노트북으로 코드 몇 줄 고친 기록이 남아 있다면, 나중에 그 한 줄이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장비도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회사 계정의 클라우드, 회사가 결제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사내 메신저에 올린 아이디어 메모까지 다 흔적이 됩니다.

제일 애매한 건 사업 관련성입니다. 큰 회사일수록 사업 범위가 넓어서, 무관하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도 회사 입장에선 관련이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나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입사 서류에 있는 Prior Inventions 목록 칸에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적어 둡니다.

이미 입사했다면 인사팀이나 상사에게 사이드 프로젝트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 확인을 받아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메일 한 통이라도 날짜가 찍힌 기록이 남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 장비, 개인 계정, 퇴근 후 시간이라는 원칙도 철저히 지킵니다. 깃 커밋 시간이 근무 시간에 찍혀 있으면 설명이 꽤 피곤해집니다.

후배는 결국 회사 법무팀에 짧은 문의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답이 올 때까지는 출시를 미루기로 했고요.

조금 답답하겠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출시 후에 분쟁이 생기면 그동안 쌓은 사용자와 수익까지 같이 흔들리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계약서 해석은 문구와 주법, 회사 사업 범위에 따라 달라지니, 금전적 이해가 걸렸다면 고용 전문 변호사와 한 번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주말에 메이플 시럽 뿌린 팬케이크 먹으면서 서랍 속 입사 서류 한 번 꺼내 보세요. 10분이면 충분하고, 그 10분이 몇 년치 노력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