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안 묻는 유급휴가 40시간, 일리노이 직장인 사용법 - Glenview - 1

지난주 회사 동료가 슬랙에 "내일 개인 사정으로 하루 쉽니다" 한 줄만 남기고 진짜 쉬었어요. 예전 같으면 매니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텐데 아무도 안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게 그 회사만의 쿨한 문화가 아니라 주법에 근거한 권리였습니다. 일리노이에는 이유를 묻지 않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주법이 있거든요.

정식 이름은 Paid Leave for All Workers Act예요.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고, 벌써 3년 차인데도 주변에 물어보면 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아요.

핵심은 간단해요. 대부분의 일리노이 직원은 12개월 동안 최대 40시간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휴가를 쓸 때 고용주는 이유를 요구할 수 없어요. 진단서 같은 증빙 서류도 요구하지 못합니다.

아파서 쉬든, 아이 학교 행사에 가든, 그냥 머리 식히러 미시간 호숫가에 가든 상관없다는 뜻이죠.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 이 정도로 자유로운 줄은 몰라서 좀 놀랐어요.

쌓이는 방식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일한 시간 40시간마다 1시간씩 적립되는 구조예요.

풀타임으로 주 40시간 일하면 1주에 1시간, 40주를 꽉 채워 일하면 40시간이 모이는 셈입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적립 대신 연초에 40시간을 한 번에 주는 프론트로딩 방식을 택하기도 해요.

파트타임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똑같이 40시간당 1시간씩 쌓여요.

월급제 exempt 직원은 주 40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서 적립합니다. 원래 근무 시간이 그보다 짧으면 그 시간 기준이고요.

다만 입사하자마자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고용주는 입사 후 90일이 지날 때까지 사용을 미루게 할 수 있으니 신입이라면 이 기간을 감안해서 일정을 잡으세요.

쓸 때의 규칙도 몇 가지 있어요. 미리 예정된 휴가라면 고용주가 최대 7일 전 통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회사는 이 통보 규칙을 직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해요. 갑자기 생긴 일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알리면 되고요.

휴가를 쪼개 쓰는 최소 단위도 회사가 정할 수 있는데, 하루 2시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반차처럼 몇 시간만 빼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안 쓴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적립 방식이라면 원칙적으로 다음 해로 넘어가지만, 회사가 이월 한도를 둘 수 있습니다.

연초에 40시간을 통째로 주는 회사라면 이월 의무가 없어요. 그해 안 쓰면 사라질 수 있으니 이건 꼭 챙기세요.

퇴사할 때 남은 시간을 돈으로 받을 수 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요. 일리노이 노동부 FAQ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예외는 이 휴가가 회사의 일반 vacation이나 PTO 뱅크에 합쳐져 있는 경우예요. 이때는 얘기가 달라지니 사내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밌는 조항도 하나 있어요. 퇴사 후 12개월 안에 같은 회사로 다시 들어가면 쓰지 않은 적립분이 되살아납니다.

여기서 쿡카운티에서 일하는 분들은 한 번 더 체크해야 해요. 시카고와 쿡카운티에는 각자 유급휴가 조례가 있고, 그 조례 적용을 받는 고용주는 주법 대신 조례를 따릅니다.

그런데 쿡카운티 안에서도 동네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글렌뷰 빌리지 공식 페이지는 관내 고용주가 카운티 조례가 아니라 주 규정을 따른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반면 시카고 시내에서 근무하면 시카고 조례가 따로 적용됩니다. 출퇴근하는 곳 기준이니 사무실 주소부터 확인하는 게 맞아요.

회사가 이미 40시간 이상, 이유 불문으로 쓸 수 있는 PTO를 주고 있다면 그걸로 법을 충족한 걸로 봐요. 그러니 내 PTO가 이미 포함돼 있는지 HR에 물어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휴가를 썼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도 금지돼 있어요. 휴가를 이유로 근무 평가를 깎거나 스케줄을 줄이는 식의 보복이 생기면 일리노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한인 직장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휴가는 있는데 눈치 보여서 못 쓴다는 분이 정말 많아요. 특히 직원 몇 명 안 되는 작은 한인 업체에서 일하면 더 그렇죠.

개인적으로는 이 법이 꽤 잘 만든 제도라고 봐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아픈 걸 증명하려고 병원까지 가야 하는 구조보다 훨씬 현실적이에요. 일하는 사람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작은 가게 사장님 입장에선 인력 공백이 부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7일 통보나 90일 대기 같은 장치가 들어가 있는 거고요.

나라면 오늘 페이스텁이나 사내 포털에서 적립 시간부터 확인하겠어요. 숫자를 알아야 땡스기빙이나 연말 계획도 제대로 세울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 회사는 이 40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연초에 한 번에 주는지, 매주 쌓이는지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다들 비교해 보기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