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주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먼저 내쉬빌, 컨트리 음악, 스모키 산맥을 말하지만 사실 이 주를 가장 깊게 가로지르는 건 강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테네시 땅을 적시고 도시와 마을을 이어주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삶을 꾸리고 이동하던 길이 되어 준 존재죠.

저는 테네시에 살면서 이동하다 보면 Tennessee River를 자주 보게 되는데, 차 창밖으로 스윽 지나쳐도 늘 같은데 또 늘 다르게 보입니다.

햇빛 따라 색이 달라지고, 비 온 다음날은 물살이 거칠고, 여름이면 반짝이고 겨울이면 잔잔해서 마치 사람의 기분 같습니다.

테네시의 대표적인 강은 역시 Tennessee River입니다. 이름부터 주의 정체성이 딱 담겨 있고, 워낙 길어서 지도만 봐도 테네시를 한 번 휘감은 뒤 앨라배마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머물다 미시시피강과 합류하죠.

규칙적인 직선이 아니라 큰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데, 저는 이 곡선이 참 테네시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직선보다 둥글고, 빠르기보다 느긋하고, 똑 떨어진 도시 느낌보다 따뜻한 시골 냄새가 풍기는 그런 곳. 강 근처 마을에 가면 배스낚시 하는 사람, 캠핑 의자 펴놓고 햄버거 먹는 가족들, 아이스크림 들고 산책하는 커플까지... 모두가 강 앞에서 속도를 늦춥니다.

대학 시절 책에서만 보던 Mississippi River도 테네시와 깊게 얽혀 있습니다. 서쪽 경계를 따라 흘러 멤피스에서 가장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직접 가보면 왜 미국 역사가 강과 함께 흘러왔는지 몸으로 느껴집니다.

유람선이 물결을 가르며 천천히 지나가고, 해 질 무렵엔 강 위가 주황빛으로 물들어요. 물 냄새가 짙게 올라오고, 바람엔 먼 도시 소리 대신 강물의 낮은 울림만 남습니다. "여기선 말이 필요 없구나" 싶어질 정도로. 멤피스는 사실 블루스 음악의 도시이기도 한데, 강을 보며 들으면 그 리듬이 왜 그렇게 느리면서도 깊은지 알 것 같아요. 사람들도, 건물들도, 공기도 모두 강의 속도로 움직이거든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Cumberland River입니다. 내쉬빌을 가로지르는 바로 그 강이죠. 저는 가끔 주말에 다운타운 근처로 나가 강가를 걸어요. 관광객이 북적여도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그 위로 컨트리 음악이 담긴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 브릿지 위로 걷다 보면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와 반짝이는 물결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데, "아, 여기는 도시지만 여전히 강이 중심이구나" 싶습니다. 내쉬빌은 화려해 보여도 물가에 서면 금세 차분해져요. 강은 늘 같은 자리에 있고, 음악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오고 가고.

테네시 강들은 단순히 지형을 나누는 선이 아닙니다. 농업의 생명줄이고, 예전엔 물자 이동 통로였고, 지금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휴식공간입니다. 여름이면 카약 타는 사람들, 다이빙하는 아이들, 물속에 발만 담그고 수박 먹으며 웃는 친구들... 물은 사람을 가까워지게 하고 마음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강 근처는 늘 바람이 좀 더 시원하고, 자동차 소음도 멀어집니다. 그 고요함에 중독돼 가끔 혼자 산책을 나가요.

테네시 주를 여행하려면 산도 좋지만, 강을 따라 다녀보는 것도 멋집니다. 같은 도시라도 강가에 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물결 따라 흘러가는 풍경이 마음속까지 흘러들어와요. 언젠가 강변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강처럼 사는구나. 빠르지 않게, 억지로 흐르지 않고, 천천히 길을 만들며.

테네시 강들은 말이 없지만, 묵묵하게 하루를 지나고 계절을 넘깁니다. 그 곁을 걷는 저도 조금은 닮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