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Jonesborough. 이름만 들으면 딱히 감이 안 오는데 막상 가보면 "아, 여긴 진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구나" 싶은 분위기가 바로 느껴집니다.

네쉬빌에서 동쪽으로 쭉 달려 거의 주 경계 쪽, 언덕과 산길을 지나면 작은 마을 하나가 아기처럼 다정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곳이 바로 Jonesborough, 테네시의 Oldest Town.

메인 스트리트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상점들입니다. 요즘 젠트리피케이션 바람 불면서 일부러 빈티지 느낌을 내는 상업거리도 많지만, 여기 상점들은 '꾸민' 빈티지가 아니라 진짜 세월이 쌓인 빈티지예요. 벽돌 색이 고르지 않고, 간판은 나무에 손으로 그린 것처럼 투박한데 오히려 그게 매력입니다. 유리창너머으론 수공예 비누, 앤틱 커트러리, 손뜨개 테이블매트 같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가게 문을 열면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Storefront들은 크기가 크지 않은데, 하나하나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구경하는 맛이 꽤 쏠쏠합니다. 옛날 타자기와 오래된 컵들을 파는 골동품샵, 향초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캔들 스토어, 지역 작가들이 만든 목재 제품과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까지. 어느 상점은 문을 열자마자 민트와 시나몬 향이 확 올라오고, 또 어떤 가게는 마치 할머니 다락방처럼 포근하고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라 기억을 고르는 느낌 같달까요.

중간쯤 걸어가다 보면 Storytelling Capitol이라는 안내판도 보입니다. 미국에서 이야기꾼(Storyteller) 전통이 가장 활발한 도시답게, 이곳에서는 해마다 이야기 축제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역사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직접 들려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작은 극장 앞 벤치에 앉아 쉬는데, 벤치 옆에 앉아 있던 노부부가 "우린 여기서 40년 살았어요"라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표정이 잊히지 않아요. 느린 말투, 점잖은 미소, 그리고 "이 동네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카페도 예뻐요. 외관은 오래된 서점 같고, 안은 포근한 빈티지 거실 같은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창밖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느리게 걷고 작은 개들이 리드줄 끌며 뛰어가고, 차들은 굳이 서두르지 않아요. 바쁜 대도시에선 느끼기 힘든 속도감이 없는 시간이 이곳엔 자연스럽게 깔려 있죠.

날씨가 좋으면 거리 끝까지 걸어가 볼 만합니다. 언덕 위 작은 교회, 하얀 벽과 붉은 지붕이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 주택가에 피어난 장미와 난초들. 매끈하게 정리된 관광지와 달리 조금은 거친 면도 있는 동네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이 지역이 정말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저는 돌아오는 길에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손으로 만든 북마크 하나를 샀습니다. 오래된 마을에 다녀온 흔적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거든요. 길게 이어진 역사를 다 넣을 순 없지만, 작은 종이 한 장만 봐도 그날의 공기와 냄새, 가게마다 걸려 있던 조명 색이 떠오를 것 같아서요.

Jonesborough는 크게 볼거리 많은 도시도 아니고, 유명 테마파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천천히 걷고 구경하고 느끼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목적지가 됩니다. 관광지가 화려하게 꾸며놓은 느낌이 아니라, 시간이 겹겹이 쌓여 살아 있는 흔적 그대로 남아 있는 곳. 테네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다음엔 가을에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낡은 벽돌 위로 단풍색이 얹히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만 해도 흐뭇해지니까요. 천천히 걷고, 상점 하나하나 기웃거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후를 보내기 딱 좋은 곳. 바로 Jonesborough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