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알링턴에 살면서 차를 몰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보면 금방 풍경이 달라진다.

고층 건물 대신 넓디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도로 옆으로 철망 펜스가 길게 이어진다. 그 안으로는 몇 마리의 말이 느긋하게 풀을 뜯거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 이게 바로 텍사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말이란 동물은 텍사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미국의 카우보이 문화, 웨스턴 영화, 로데오 대회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말과 함께 움직여왔고, 지금도 많은 텍사스 랜치에서 여전히 말은 중요한 자산이자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알링턴 근교를 비롯한 북텍사스 지역은 말 목장이 정말 많다. 그중에는 말 경주용으로 사육하는 곳도 있고, 승마 체험이나 치료 승마(therapeutic riding)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랜치라고 하면 그냥 땅 넓고 말 몇 마리 있는 곳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면 이게 단순한 취미 수준이 아니라 거의 "산업"이라고 봐야 한다. 우선 말 한 마리를 제대로 키우려면 어마어마한 공간이 필요하다. 대개 한 마리당 최소한 반 에이커 이상의 방목지가 필요하고, 이게 5마리만 되어도 적어도 2~3에이커는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랜치는 기본적으로 몇십 에이커에서 백 에이커 이상 되는 땅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땅을 관리하려면 장비도 필요하다. 트랙터, 풀 깎는 기계, 물 공급 시스템, 방역 설비, 마구간 등등. 또, 말은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라 사료와 물의 질, 기후, 스트레스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 어떤 랜치는 수의사가 상주하거나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를 하러 오기도 한다.

텍사스의 말 랜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 품종 중 하나는 American Quarter Horse다. 이 품종은 단거리 속도가 뛰어나고 근육질이라 로데오, 카우보이 작업, 승마 등 다방면에 적합하다. 알링턴 근처 랜치들 중에서는 이 품종을 중심으로 경매에 내놓을 정도로 말의 혈통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도 많다. 정말 말 한 마리 한 마리가 자식처럼 소중하게 키워지는 느낌이다.

랜치마다 특색도 있다. 어떤 곳은 로데오를 위한 훈련장을 갖추고 있고, 또 어떤 곳은 어린이와 가족 대상의 승마 체험 중심으로 운영된다. 요즘은 'Equine Therapy'라 해서 자폐 아동이나 PTSD를 앓는 군인들을 위한 말과의 교감 치료 프로그램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알링턴 근처에 그런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목장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주말에 그런 랜치를 방문해서 조용히 말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진다. 스마트폰도, 소셜미디어도, 번잡한 도시의 소음도 잊게 되는 시간이다. 흙냄새, 풀냄새, 말의 숨소리... 그런 자연적인 것들 속에 있으면 사람도 조금은 더 단순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약하자면, 알링턴과 같은 도시 근교에 살면서도 텍사스의 정통적인 말 목장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단순히 '말이 멋있다'를 넘어서, 그 말들을 둘러싼 삶과 구조, 애정과 노동을 들여다보면 이게 진짜 텍사스다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작게나마 나만의 말 한 마리 키우는 미니 랜치를 가져보는 것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