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VU 캠퍼스 근처를 걷다가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이 도시가 영화에 나온 적 있을까?
한국에서 건너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거주 지역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모건타운을 파고들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왔다. 직접 촬영지로 쓰인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도시와 연결된 영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작품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재미있다. 모건타운은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영화사에 흔적을 남긴 도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시나리오 작가 로렌스 카스단(Lawrence Kasdan)이다. 카스단은 모건타운에서 자랐고, WVU가 있는 이 도시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가 쓴 작품 목록을 보면 정말 놀랍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1980)》과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 1983)》의 각본을 담당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데, 1983년에는 《빅 칠(The Big Chill)》을 직접 감독하고 각본까지 썼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열광했던 이 작품들의 뿌리 중 하나가 모건타운이라는 사실은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작은 대학 도시에서 자란 소년이 세계 영화사에 획을 그은 것이다.
직접적인 WVU 영화 연결로는 1992년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가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경호원 캐릭터가 WVU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고, 극 중 WVU 후드티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도 바로 카스단이다. 모건타운에서 자란 작가가 자신의 대학 로고를 자신이 쓴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 심어둔 셈이다. 당시 전 세계 관객들이 WVU 후드티를 보며 저 대학이 어딜까 궁금해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모건타운에는 지역 기반의 독립 영화 스튜디오 Allegheny Image Factory도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웨스트버지니아 배경과 지역 이야기를 살린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Fairmont의 East-West Stadium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제작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전체로 보면 《사일런스 오브 더 램스(The Silence of the Lambs)》의 일부 장면과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슈퍼 8(Super 8)》도 이 주에서 촬영됐다. 웨스트버지니아 Film Office가 지역 촬영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독특한 자연 배경과 역사 깊은 건축물은 충분히 매력적인 촬영 소재다.
WVU에서는 매년 Mountaineer Short Film Festival이 열린다. 대학 도시에서 단편 영화제가 열린다는 건 단순한 영화 소비를 넘어, 만들어내는 문화가 이 도시에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이 축제를 통해 기회를 얻고, 지역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낸다. 이런 축제가 쌓이면서 언젠가 모건타운 출신의 또 다른 카스단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모건타운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요 촬영지가 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도시가 배출한 사람들이 영화사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깊고 넓다. 로렌스 카스단의 각본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스타워즈의 절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려하게 앞에 드러나진 않지만 스크린 뒤에서 묵직하게 버티고 있는 도시, 모건타운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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