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사람 사는 게 여행 가면 박물관 하나 더 보겠다고 움직이면서, 정작 집 근처에 있는 곳은 "언제든 갈 수 있지" 하면서 몇 년을 미룹니다.
저도 센터빌 주변에 이런 곳이 이렇게 많은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한번 가보고 나서는 "여기를 왜 이제 왔지?" 싶었던 곳도 있고요.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Chantilly에 있는 Steven F. Udvar-Hazy Center입니다.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별관인데, 여기는 비행기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들어가면 한번 놀랍니다.
천장 높은 격납고 같은 공간에 비행기들이 그냥 실물로 쫙 들어가 있습니다.
SR-71 Blackbird 정찰기도 있고, 초음속 여객기 Concorde도 있습니다.
Gemini 7 우주 캡슐도 볼 수 있고, 제일 유명한 건 역시 우주왕복선 Discovery입니다.
사진으로 보던 우주왕복선을 바로 앞에서 보면 생각보다 엄청 큽니다. 저게 정말 우주에 갔다 왔다고 생각하면 괜히 한참 쳐다보게 됩니다.
더 좋은 건 입장료가 무료라는 겁니다. 주차비는 내야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박물관을 가족이 함께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건 미국에서도 흔하지 않습니다. 아이 데리고 가도 좋고, 어른끼리 가도 반나절 금방 갑니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Manassas Museum도 괜찮습니다.
센터빌에서 멀지 않은 마나서스에 있는데, 이 지역이 남북전쟁 당시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전시품 몇 개 갖다 놓은 박물관이라기보다 마나서스라는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해왔는지를 같이 보여줘서 의외로 볼 만합니다.

박물관을 본 다음 Manassas National Battlefield Park까지 가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책에서 보던 남북전쟁이 갑자기 "아, 바로 여기서 싸웠구나" 하는 실제 장소로 느껴지거든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원하면 Sully Historic Site도 있습니다. 1794년에 지어진 저택이 남아 있는 곳인데, 지금 우리가 보는 북버지니아의 아파트와 쇼핑센터가 생기기 훨씬 전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날씨 좋은 날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공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Wolf Trap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식 명칭이 Wolf Trap National Park for the Performing Arts인데, 미국에서 공연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국립공원입니다. 야외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물관이나 역사 유적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센터빌의 장점이 뉴욕처럼 집 밖에 관광지가 나오는 동네는 아니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항공우주박물관도 있고, 남북전쟁 전쟁터도 있고, 200년 넘은 저택과 공연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살면 오히려 안 갑니다.
한국에서 친척이라도 놀러 와서 "여기 뭐 볼 거 없어?"라고 물어봐야 그제야 저도 관광객이 돼서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올해는 그러지 말고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가보려고 합니다.
비행기 타고 멀리 가는 것만 여행은 아니니까요.


하와이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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